신경정신과

신경정신과 질환의 체질치료

불안증,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 만성피로증후군등의 신경정신과적인 질환들은 독자적으로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고 몇가지의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오게 됩니다. 

이때 서양의학에서는 뇌의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진단하고 불안증에 안정제, 우울증에 항우울제, 불면증에 수면제 등의 치료계획을 세웁니다. 하나의 병에 하나의 약이 존재하게 되는 대단히 분석적인 방법입니다. (대증시치-對證施治)

전통한의학은 이러한 질환들이 생겨난 요인을 내부에서 찾아 그 원인을 정,기,신,혈(精,氣,神,血)의 손상으로 보아 이를 회복시키고 그 증상을 여덟가지 기준으로 분류(팔강변증-八講辨證)해서 치료하게 됩니다. (변증시치-辨證施治)

그런데 병명과 증상관찰에 앞서 이러한 질환들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어, 관찰하다 보면 사람에 따라 이 질환이 보여지는 양상과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떤 체질에서는 몸이 안 좋아지면 우울증이 먼저 오고 그것이 심해지거나 진행된 후에 다른 불안증이 찾아오는데 주로 이야기하는 힘든 것들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신경정신과적인 문제가 체질의학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살다 보면 여러가지 외부적인 요건 즉 스트레스를 오랜 기간동안 받거나 혹은 갑작스러운 충격(스트레스)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이러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면역(생체에너지)이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육체적인 에너지의 손상이 오고 이어서 정신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근골격계의 통증이 오랜 기간 계속되면 우울증이 오는 사람이 많고 교통사고 이후 불안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이러한 기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육체와 정신, 몸과 마음이 같이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입니다. 보여지는 것이 정신이나 마음의 병이라 하더라도, 몸을 들여다 보면 그 문제의 해결이 보이게 됩니다. 물론 직접적인 정신과 마음의 치료(심리치료 등)를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잠시 증상이 회복되고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몸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불편을 느끼고 치료가 되지 않았음을 알게 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라는 말은 신체가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는 의미입니다. 

체질의학에서의 치료를 통해 기울여진 오장육부의 과(過)불균형을 조절해서 병을 일으키게 된 두가지 인자 중 하나인 내부적인 요건(면역, 신체에너지)이 회복된다면, 나머지 하나인 외부적인 요건인 스트레스를 대하는 대항력이 생기기도 하고, 외부적인 요건의 변화가 왔을 때 쉽게 신경정신과적인 질환에서 극복이 가능하게 됩니다. 

신경정신과적인 질환치료에 있어서 체질의학이 가진 강점은 치료대상을 사람에 둠으로써 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신체회복을 이루는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상체질과 8체질 그리고 한방신경정신과

사상의학은 구한말 동무 이제마선생(1837~1900)이 체질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네가지로 분류하면서 체질의학이 처음으로 탄생했습니다. 

8체질의학은 이제마 선생의 사상체질을 각각 둘로 나눠 여덟가지 체질로 나누고, 임진왜란때 사암도인에 의해 만들어진 사암침법을 결합하여 체질침법의 시작을 알렸습니다.(1958년)

사상체질은 각 체질의 제일 강한 장부와 제일 약한 장부, 예를 들어 태음인은 간이 제일 강하고 폐가 제일 약함으로써 간과 폐의 불균형의 정도가 어떤가에 따라 질병과 건강이 나뉘어집니다. 사상의학은 이러한 체질적 고려속에서 한의학의 음양허실한열표리의 변증을 해서 체질한약으로 질병치료의 길을 열었습니다. 동호 권도원 박사(1921~2022)는 이러한 장부 기능의 불균형과 병리론의 토대 위에 사암도인의 오수혈을 이용한 장부허실 보사법을 응용하여 오장육부의 과불균형을 조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침법인 8체질침법을 처음 만들어 냈습니다.
사상의학은 폐비간신의 최강장부와 최약장부를 설정(예를들어 태음인은 간대폐소-간이 제일 크고 폐가 제일 작다)해서 체질을 넷으로 나눌 수 있었고, 팔체질의학은 사상인의 한증와 열증을 구분하여 이를 독자적인 체질로 오장육부의 대소를 순서대로 밝혀서 설정하고 (예를 들어 태음인의 목양 체질을 간>신>심>비>폐) 여덟가지 체질로 분류가 가능해졌습니다. 

사상의학은 체질한약으로 응용이 가능하고 8체질의학은 체질침으로 많은 질병의 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사상의학은 체질의학의 시작이 되었고 8체질의학은 이를 토대로 체질의학의 완성이 되는 의미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기존 전통 한의학은 질병이 발현되는 증상을 관찰하여 이를 분별하여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라면 (辨證施治), 체질의학은 맥진을 통해 각기 다른 여덟가지 유형의 사람들로 분류하고, 오장육부의 기능적 불균형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전통한의학은 질병 증상 발현의 원인이 치료대상이 되며, 체질의학은 그 질병을 일으키게 된 원인을 서로 다른 장부기능을 가진 사람에게서 찾고 그 자체를 치료하는 것입니다. 즉 서양의학이 병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라면 한의학은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고 체질의학은 사람을 근본으로 하여 치료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신경정신과적인 질환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우울증, 불안증, 화병, 불면증, 공황장애, 만성피로증후군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보통 단독으로 오지 않습니다.
우울증은 만성피로증후군이나 불안증, 불면증과 함께 오고, 화병은 불면증, 불안증과 같이 옵니다. 

이와 같이 동시에 여러 증상이 함께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이 짧은 시간에 과도한 충격을 받거나 오랜시간에 걸쳐서 스트레스에 노출됨으로써 신체 에너지가 고갈되면 이후에 정신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기진맥진상태에 이르면 우울증이 오고 불면증이 오고 불안증, 공황장애, 만성피로증후군이 오는 것입니다. 정신은 독립적이지 않고 육체와 더불어 굴러가는 양쪽 바퀴와 같습니다. 

신경정신질환의 치료를 살펴보면, 서양의학에서의 치료는 환자의 증상 호소에 의해 1차적인 접근을 하게 됩니다. 불안증을 호소하면 안정제를 처방하고, 잠이 안 온다고 하면 수면제를 투여하고, 우울증을 말하면 항우울제를 유일한 치료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왜 일어났는지의 원인을 진찰하여 처방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진맥진해진 원기를 도와주면서 사람 개개인이 처한 병리적 문제를 변증시치- 辨證施治(증상들을 분별하여 진단 후 치료)합니다. 

체질의학에서는 사람을 봅니다. 체질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태음인은 간열증이 과도하고(목양체질) 대장의 기능이 부족해지면서(목음체질), 만성피로증후군과 우울증이 쉽게 옵니다. 물론, 다른 불면증이나 불안증도 같이 동반될 수 있지만 가장 심각하고 주된 태음인의 신경정신적 증상은 우울증과 만성피로증후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 또한 이곳에 주안점을 두어야 합니다. 즉, 우울증과 만성피로증후군의 치료는 간열을 내리고 대장 폐 기운을 도와줌으로써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소양인 중 토양체질은 신체의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상부로 쏠린 비장과 심장 그리고 위열이 과항진되고 신장기운이 약해지면서 공황장애, 불안증, 하지불안증, 화병, 긴장성 두통 등이 주된 신경정신적인 증상입니다. 물론 소양인도 태음인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이 안 온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울증보다는 소양인 특유의 신경정신적 질환이 자주 보입니다. 

소음인의 주된 증상은 불안증, 두통, 가슴 두근거림, 무기력이다. 비장과 심장 기운이 약해서 오는 증상들입니다. 이의 치료는 비장 심장 기운을 도와주고 신장 기운을 억제시켜줄 수 있는 체질침과 체질한약이 효과가 탁월합니다. 

결론적으로 같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신경정신적인 증상들이라도 체질(사람)에 따라 나타나는 정도가 다르고 치료법 또한 오장육부 기능의 과불균형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체질 치료가 정답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경희선의 신경정신과 치료